서양음악사- 중세(10) 14세기 모테트와 아이소리듬 기법, 기욤 드 마쇼
14세기 모테트와 아이소리듬 기법
<포벨의 이야기> 등과 같은 기록에 남아있는 모테트들을 통해 14세기 초의 모테트가 어떤 양식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14세기의 모테트는 이전의 13세기 모테트에 비해 길이가 훨씬 더 길어졌으며 구조도 복잡해졌다. 또한 대부분이 3성부 더블 모테트이다. 14세기가 되자 프랑스어보다는 라틴어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사랑에 관한 주제가 대부분이었던 13세기에 비해 정치적이거나 풍자적인 내용이 많아졌다. 또한 상성부 간의 리듬적 차등화도 약화되었는데, 이는 프랑코식 모테트 또는 페트루스식 모테트에서 발견된 것이다. 14세기 모테트에서 발견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는 테노르 성부에 주로 사용되었던 '아이소리듬'이라 불리는 기법이다. 'Iso'는 같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이소리듬은 '탈레아'라 불리는 같은 형태의 리듬 패턴과 '콜로르'라 불리는 선율 패턴이 곡 전체를 걸쳐 반복되는 기법을 말한다. 탈레아와 콜로르는 각자 반복되며, 이러한 두 요소는 대체로 구성된 음표의 수가 달라서 리듬과 선율이 복잡하게 혼합되어 나타난다. 대개 콜로르가 탈레아보다 더 길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소리듬 모테트는 리듬적 탈레아가 여러 번에 걸쳐 나오고 콜로르 또한 최소 한 번은 반복되어 나타난다. 아이소리듬의 구성 원리는 13세기 초 페로탱이 대체 클라우줄라를 특정한 길이로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번 반복하던 테노르의 리듬 패턴에서 나아가 확장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14세기 말의 모테트는 전형적으로 라틴어 가사를 갖고 있으며 아이소리듬을 사용한 4성부 모테트였다. 그러나 아이소리듬 기법 등 다양한 리듬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모테트는 정형시 형식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세속음악에 밀려 주요 형식의 자리를 새로운 장르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기욤 드 마쇼
기욤 드 마쇼는 아르스 노바의 가장 대표적인 작곡가이며 서양음악사상 최초의 위대한 작곡가로 국제적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또한 기욤 드 마쇼는 대부분의 작품이 확실하게 남아있는 중세 작곡가이다. 기욤 드 마쇼는 다산적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14세기의 새로운 리듬과 다양한 기법을 모두 활용하였으며 당시 유행하고 있는 모테트, 다성 미사곡, 기악음악, 세속노래 등 모든 음악형식을 사용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마쇼는 총 23개의 모테트를 작곡했으며, 그 중 19개가 3성부 더블 모테트이다. 4개의 모테트는 4성부 곡으로, 같은 구조에 가사가 없는 콘트라테노르를 첨가한 형태이다. 14세기의 대부분의 모테트가 라틴어 가사로 되어있으나 마쇼의 모테트 중 15개에 해당하는 곡들은 두 상성부가 프랑스어 가사를 노래하며 이 중 3개는 프랑스어 세속 테노르를 사용한다. 마쇼가 작곡한 라틴어 모테트들은 주로 정치적 내용을 갖고 있거나 특정한 행사를 위해 작곡되었다. 마쇼 또한 필립 드 비트리와 같이 모테트에 아이소리듬 구조를 사용하였다. 23개의 모테트 중 20개가 아이소리듬 모테트이며, 상성부에도 아이소리듬이 나타난다. 마쇼의 모테트에 나타나는 탈레아는 이전의 탈레아들보다 더 길이가 길고, 그 자체 내에서 대칭과 균형을 이룬다. 또한 마쇼의 아이소리듬 모테트 중 10개의 모테트에서는 탈레아가 마지막 섹션에서 축소된 시가로 나타난다. 더불어 호케투스와 싱코페이션과 같은 기법도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노트르담 미사
마쇼의 다성 미사곡 <노트르담 미사>는 마쇼의 이름을 무엇보다 음악사에 길게 남게 한 작품이다. 1364년 샤를르 5세의 대관식때 이 곡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1360년대 초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쇼가 말년에 참사회원으로 있던 랭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모 신심미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트르담 미사>가 갖는 음악적 의의는 6개의 통상문(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데이, 미사가 끝났으니)이 처음으로 한 작곡가에 의해 하나의 다성음악으로 작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작곡가들이 통상문들을 다성음악으로 작곡하였으나 누구도 통상문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마쇼의 <노트르담 미사>는 한 명의 작곡가가 미사 통상문을 한 벌의 다성음악으로 작곡한 최초의 미사곡이 된다. 또한 마쇼의 작품 중 유일하게 전례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며 현존하는 중세 음악 중 가장 길이가 길다. <노트르담 미사>는 아이소리듬 등 다양한 종류의 양식과 기법이 사용된 4성부 곡이다. 키리에, 상투스, 아뉴스데이, 미사가 끝났으니는 아이소리듬 모테트 양식을 사용하였으나 모테트와는 달리 모든 성부가 같은 가사를 노래한다. 글로리아와 크레도는 긴 가사를 가졌는데, 이들에는 콘둑투스 양식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은 긴 다음적 아멘이 나오며, 크레도의 아멘 부분은 아이소리듬적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