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르네상스(3) 두파이
두파이
두파이의 이전 시대까지는 모테트가 당시의 주된 음악 장르였으나 15세기가 되면서 미사곡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특히 두파이는 미사곡이 당대의 중심 장르로 자리 잡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고 전 악장에 공통된 요소를 음악에 사용함으로써 통일성을 주는 연작 미사곡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연작 미사곡에서 두파이가 사용한 방식으로는 각 악장의 테노르에 같은 선율을 배치하는 것이다. 대부분 테노르에 사용된 선율은 원래 있던 곡에서 인용한 것이며 이와같이 다성음악의 기초를 이루는 선율을 정선율이라 부르게 되었고, 각 악장에 동일한 정선율을 사용해 만든 미사곡을 정선율 미사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영국 작곡가들이 먼저 시작하였으나 두파이에 의해 일반적인 유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두파이는 세속 선율을 단성성가 대신에 미사곡의 정선율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두파이가 말년에 작곡한 정선율 미사곡 <내 얼굴이 창백하다면>은 두파이 자신이 만든 3성 발랃의 테노르를 정선율로 사용한 것인데 이는 세속노래를 미사곡의 정선율로 사용하게 되는 출발점의 역할을 하였다. 또 다른 세속 선율을 정선율로 사용한 예로는 두파이의 <무장한남자 미사곡>이 있다. 이 곡은 정선율 미사곡이면서 동시에 모토 미사곡이기도 하다. 모토 미사곡이란 각 악장에 동일한 모티브를 사용하는 미사곡으로, 이는 개시 동기라고도 부른다. 이 동기는 각 악장의 시작 부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선율을 뜻한다. 이 곡의 정선율 <무장한 남자>는 ABA 3부 형식의 샹송이다. <무장한남자 미사곡>의 정선율은 테노르 성부에서 긴 음표로 나타나는데 음정과 리듬 모두가 원형과 똑같이 나오는 부분도 있지만 쉼표를 사용해 진행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선율의 일부만 사용하기도 한다. 두파이는 정선율의 형식과 미사곡의 형식을 맞추어 정선율의 악구와 미사곡의 형식적 구분점을 일치시켰을뿐만 아니라 종종 정선율을 생략하기도 하며 구조적 변화를 꾀하였다. 아뉴스데이에서는 정선율이 역행 형태로 제시되어있는데 이는 게걸음 카논이라고도 불린다.
두파이의 모테트와 세속노래
두파이는 20곡 이상의 모테트를 남겼다. 두파이의 모테트는 크게 칸틸레나와 아이소리듬 모테트로 나눌 수 있다. 칸틸레나 모테트는 트레블 지배 양식을 갖고 있는데 영국적 경향을 반영하며 자유로운 형식을 갖고 있다. 아이소리듬 모테트는 13곡으로 대부분 모든 성부에 아이소리듬이 사용된다. 두파이의 모테트는 개시 동기, 정선율 기법, 호모리듬을 이용한 가사의 강조, 4성부 구조 등 미사곡 기법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두파이는 행사나 특정 인물, 사회적 사건 등을 주제로 많은 음악을 작곡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1436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돔의 헌당식을 위해 작곡한 모테트 <최근에 핀 장미꽃들-이곳은 두려운 곳이로다>이다. <최근에 핀 장미꽃들-이곳은 두려운 곳이로다>는 4성부 모테트로 성당의 구조와 상관관계가 있는 구조로 유명하다. 2개의 상성부가 같은 가사를 노래하고 가사가 없는 2개의 테노르에는 교회 헌당 미사에 사용되던 입당송 <이 곳은 두려운 곳이로다>를 정선율로 사용하였다. 이 모테트에서는 이중 테노르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돔의 이중 구조를 상징한다. 또한 두 테노르 중 한 성부의 선율이 더욱 화려한데 이는 화려한 지붕 외관을 상징하고 2개의 테노르가 5도 간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5부분으로 나뉜 형태를 하고 있는 속지붕 구조와 관련이 있다. 이 모테트는 음표의 시가관계가 바뀌는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테노르의 정선율은 각각 6:4:2:3의 비율로 리듬이 나타난다. 이러한 비례는 두파이가 모든 교회의 전형이며 정신적 권위라 할 수 있는 솔로몬 성전을 반영하기 위해 선택한 기법이다. 이 모테트는 성당에 헌정된 성모 마리아의 상징적인 숫자에도 의존하고 있는데, 7은 중세 교회의 상징체계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며 모테트를 구성하는 4개의 부분에서 각각 56개의 브레비스, 2성부와 4성부 부분에는 각각 28개의 브레비스, 정선율에는 14개의 브레비스가 등장한다. 가사의 경우 각 절은 7행이고 각 행은 7개의 음절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