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세속음악: 이탈리아의 세속음악(1)
프로톨라
1470년 경부터 1540년경까지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유행한 '프로톨라'는 다양한 유형의 당시 이탈리아 세속노래를 지칭하는 말이다. 페라라의 에스테 궁정에서 프로톨라가 싹트기 시작했고, 베로나, 만토바, 피렌체, 베네치아, 피사, 시에나, 밀라노 등 북부 이탈리아의 궁정에서 성행하였다. 또한 그 이후 프로톨라는 로마, 나폴리 등과 같은 남부 도시로도 전파되어 세속음악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프로톨라는 궁정에서 귀족들의 여흥을 위해 즐기던 세속노래였으며 일반적으로 4성부 편성이다. 대부분은 시의 형식을 따라 유절형식을 갖고, 후렴을 가진 경우도 있다. 강박을 강조하는 호모리듬적인 양식과 단순한 화성이 특징적이다. 단음적 양식이 지배적이며 음역이 좁고 많은 반복음이 나타난다. 노래는 최상성부에서만 나타나고 나멈지 성부는 류트 또는 리라 다 브라치오 같은 악기로 연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드리갈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중요한 악곡 장르는 바로 마드리갈이다. 마드리갈은 우정 사교 모임이나 문예 학술 아카데미에서 직접 부르며 즐기는 노래이며 교양 있는 애호가들의 여흥을 위한 세속노래였다. 1508년 이후에는 기교적인 양식이 발달하면서 마드리갈은 전문 연주가들만이 연주할 수 있는 악곡이 되었다. 마드리갈이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는 1530년~1600년 사이에만 약 2천 개의 마드리갈 모음집들이 출판된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문학적 풍조는 마드리갈의 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베네치아의 시인이자 문학 이론가였던 추기경 벰보는 1501년에 이탈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의 시집을 출판했다. 벰보는 페트라르카 시의 리듬, 압운의 간격, 모음과 자음의 특성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시인이 추구하는 유쾌함과 엄숙함이라는 상반되는 성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작곡가들도 시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따라서 가사와 음악의 관계가 이전 어느 때보다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16세기의 마드리갈이다. 초기의 마드리갈은 대부분 4성부였는데, 16세기 중반 이후에는 5성부가 일반적이 되었고, 가끔 8성부나 10성부의 곡도 나타났다. 마드리갈은 원래 한 성부를 한 사람이 담당하는 작은 그룹의 실내 성악 앙상블을 위한 음악이었다. 이후 마드리갈들은 기악반주가 수반되기도 했지만 통상적으로는 무반주로 노래되었다. 이탈리아의 음악 장르 중 국제적인 영향력을 보인 첫 작품이 마드리갈이지만 초기 마드리갈이 발전하는 데 기초를 만들어준 작곡가들은 플랑드르 작곡가들이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활동한 베르델로, 아르카델트,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빌라르트, 로마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작곡가 페스타 등이 있다. 초기 마드리갈에서 간혹 모방기법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상성부 주도하에 움직이는 4성부의 호모리듬적 음악으로, 프로톨라의 음악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아릌델트의 <희고 부드러운 백조>는 초기 마드리갈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은 호모포니와 약간의 모방이 섞여 있는 양식으로 되어 있으며 가사 그리기를 통해 가사의 의미를 살린다. 16세기 중반부터 마드리갈의 중심지는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옮겨진다. 마드리갈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으며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마드리갈 작곡에 관심을 쏟았다. 대표적인 중기 마드리갈의 작곡가로는 빌라르트와 로레가 있다. 빌라르트는 초기 마드리갈에서 중기 마드리갈 양식으로 넘어가는 교량 역할을 한 작곡가로 평가된다. 그는 주로 5성부나 6성부로 작곡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편성이 중기 마드리갈의 표준이 되었다. 빌라르트는 가사와 음악의 진정한 조화를 이룩한 첫 작곡가 중 한 명이며, 음악형식과 가사의 형식을 일치시키고 시의 의미에 적합한 화성과 선율 진행을 사용했다. 가사로 진지한 시를 택하고 가사에 대해 섬세하게 배려하는 이러한 경향은 빌라르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 시기의 마드리갈은 가사와 음악의 관계가 더욱 더 친밀해지고 더욱 높은 수준의 표현 기법이 발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기 마드리갈의 주요 특징이 되는 가사 그리기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