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의 보존된 대부분의 음악은 성악음악이다. 기악음악의 경우 악보로 남아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당시의 회화나 문헌적인 증거를 통해 중세에도 악기가 자주 연주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춤이나 노래에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순수한 기악음악도 마찬가지로 많이 연주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중세의 그림,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필사본에 나타난 그림 등에 다양한 악기가 나타나며 당시의 음악이론서, 시와 소설 등에서도 다양한 악기들과 실제 사용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13세기 중반의 많은 소설에서는 종글뢰르가 비엘, 하프, 플룻, 백파이프, 쇼옴, 살터리 등을 향연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악기들이 현재가지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다. 따라서 악기에 대한 정보도 대부분 직접적인 자료보다는 회화나 문학을 통해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세의 회화들을 보면 앙ㄱ기들이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남을 볼 수 있다. 10세기 이전의 회화에서는 고대부터 나타나던 악기들과 리라, 살터리, 하프 등이 많이 나타나고, 10세기~13세기에는 현악기인 비엘, 레벡 등이 많이 나타난다. 또한 13세기 말부터는 이외에도 더욱 다양한 악기들이 나타난다.
큰소리 악기와 작은 소리 악기
중세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많은 종류의 악기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중세의 사람들은 현대식 악기 구분 방법과 같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으로 나누지 않았다. 당시의 문헌을 살펴보면 많은 악기와 각각 악기들의 특정한 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악기를 음량과 각 기능에 따라 큰 소리 악기와 작은 소리 악기로 구분한다. 큰 소리 악기는 대규모의 축제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작은 소리 악기는 성안에서의 축제, 여흥, 노래 반주나 춤 반주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리코더, 하프, 류트, 살터리, 비엘, 레벡 등은 작은 소리 악기에 속하고 타악기는 악기의 크기에 따라 큰 소리 악기나 작은 소리 악기에 속하게 된다. 중세의 문헌이나 회화에서는 기악 앙상블이 비슷한 음색 보다는 주로 이질적인 음색의 악기로 구성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중세의 악기는 완전한 수제품이고, 같은 종류의 악기라도 규격화된 것이 아니라 형태, 크기, 현의 숫자 등이 만들어진 장소나 시기에 따라 서로 달랐다. 악기의 명칭 또한 정확하지 않고 다양해서 같은 악기가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같은 이름인데도 서로 다른 악기를 의미하기도 했다.
현악기
현악기는 발현악기와 찰현악기로 나누어진다. 발현악기는 손가락이나 플렉트럼으로 현을 뜯어서 소리내는 악기를 뜻하고, 찰현악기는 활로 켜서 소리 내는 악기를 뜻한다. 중세의 찰현악기는 아주 적은 양만이 남아 있어 이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회화와 문헌적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비엘과 레벡이라는 악기는 중세 시대에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비엘은 등판이 납작하고 타원형이거나 바이올린과 같이 옆구리가 잘록한 모양의 몸체를 갖고 있으며 프렛이 없는 지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5개의 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드론 현이다. 레벡은 비엘보다 더 작은 크기이고 몸체는 서양 배를 반으로 잘라 놓은 형태를 갖고 있다. 레백은 비엘보다 높은 음역대이며 현이 3개이고 가끔 그 중 하나가 드론인 경우가 있다. 류트는 아랍인을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오게 된 발현악기이다. 류트는 여러 종류의 크기와 형태를 갖고 있었다. 불룩한 등판과 프렛이 있는 지판을 갖고 있는 모양이 일반적이었으며, 종종 플렉트럼을 사용해 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랍의 문화가 중세 유럽에 영향을 미치면서 살터리라는 발현악기가 또 하나의 대중적인 악기가 되었다. 살터리는 사다리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울림 구멍이 뚫려있는 공명판 위에 각각 길이가 다른 현들이 표면을 가로질러 평행하게 매여있는 악기이다. 덜시머는 현을 작은 해머로 쳐서 연주하는 살터리인데, 타악기로 분류되기도 한다.
관악기와 타악기
중세에 사용되던 관악기로는 플룻, 리코더, 팬파이프, 쇼옴, 백파이프, 봉바르드, 트럼펫, 혼, 색벗 등이 있다. 플루트는 그 명칭이 다양한 관악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가로로 부는 플루트 세로로 부는 리코더, 휘슬, 팬파이프 등이 이에 속한다. 팬파이프는 11세기와 12세기에 특히 유행했으며 다양한 길이의 파이프를 묶어놓아 뗏목과 같은 형태를 취한다. 백파이프는 리드 악기로 바람주머니가 달려있고, 쇼옴과 봉바르드는 더블 리드 악기이다. 쇼옴은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인데, 6개~8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고 나팔꽃 모양의 벨이 있다. 봉바르드는 쇼옴이 사이즈가 클 때 부르는 명칭이고, 색벗은 중세의 트롬본에 해당한다. 타악기의 종류로는 심벌즈, 트라이앵글, 네이커스, 탬버린, 타보르, 카리용, 종 등이 있다. 중세의 타악기는 이름이 매우 복잡했다. 이름이 의성어에서부터 유래한 것도 있어서 이름만 들었을 때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중세 시대에 가장 즐겨 사용되던 타악기는 타보르와 네이커스였다. 네이커스란 한 쌍의 작은 드럼으로, 한 쌍의 작은 스틱을 사용해 연주했다. 종은 신호용으로 사용되었고, 한 벌의 종은 소리를 낼 때 망치로 쳐서 내는 선율적 타악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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