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선법
병행 오르가눔에서부터 시작된 초기 다성음악이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양식으로 발전되면서 작곡가들과 이론가들은 각 성부 간의 리듬적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트르담 작곡가들은 초기 성가의 비정량적 흐름 대신 길고 짧은 음표들이 반복되는 패턴들로 구성된 새로운 6개의 리듬체계를 만들었는데, 이를 리듬선법이라 부르게 되었다. 6개의 리듬 패턴으로 구성되는 리듬선법의 기초는 3분박 단위로 구성되는데, 이는 3이라는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대의 특징에 따라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숫자 3은 신학적으로 삼위일체를 의미하며, 시작/중간/끝을 가지고 있는 수로서 완벽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리듬으로서의 완전성 개념은 노트르담 악파 시대에 확립된 것은 아니다. 6가지 선법들 중 레오냉은 상성부에는 거의 1리듬선법만을 사용하였고, 테노르 성부에는 5리듬선법만을 사용하였다. 반면 패로탱은 여섯 가지의 선법 모두를 모든 성부에 골고루 사용하였으며 같은 성부에 하나 이상의 선법을 사용하기도 함으로써 더욱 다양하고 체계화된 리듬선법을 사용하였다.
모드 기보법
노트르담 작곡가들은 리듬선법을 명시할 수 있는 모드 기보법이라는 기보체계를 창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보체계에서는 고정적 시가가 상응하는 기호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각각의 리듬선법이 리가투라의 특정 패턴에 의해 간접적으로 암시된다. 노트르담 작곡가들은 리듬을 표기하는 데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사각 기보법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원래 사각기보란 비정량적인 성가를 기록하는 데 사용되던 기보법으로 음높이만을 나타냈다. 따라서 2음표 또는 3음표를 함께 그린 리가투라는 한 음절에 노래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 그 자체가 정량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리가투라와 단음표의 특정한 배열을 사용함으로써 6개의 리듬선법을 표기하였다. 예를 들어 1리듬선법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3음표 리가투라 뒤에 2음표 리가투라가 연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패턴을 사용하였다. 반면 2음표 리가투라가 연속적으로 나오다가 마지막에 3음표 리가투라로 끝나면 이 패턴은 2리듬선법을 의미하게 된다. 나머지 리듬선법도 각각 특정한 리가투라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모드 기보법의 기본 원칙은 이론적으로 상당히 논리적이고 명확하다 할 수는 있지만 노트르담 작곡가들은 하나의 리듬너법을 지속적으로 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한 섹션에서 다른 섹션으로 갈 때 리듬선법의 변화를 주며 다양성을 주었다. 한 리듬선법 내에서도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기본 리듬 패턴의 리듬을 변형시키기도 하였다. 하나의 선법의 리듬에 충실한 경우라도 반복되는 음표는 하나의 리가투라로 그려질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형태를 붕괴시켰다. 반복음은 단음표로 그려지거나 새로운 리가투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경우 리가투라는 반복음을 뺀 나머지 음표로만 구성된다. 따라서 반복음이 자주 등장하는 경우에는 어떤 선법이 사용되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결국 표현과 해석에 한계가 있는 모드 기보법은 너무나 복잡해서 단순화가 요구되었다. 도한 너무 양식화된 리듬인 리듬선법도 새로운 리듬의 가능성이 추구되고, 기보체계가 보다 안정화됨에 따라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다성 콘둑투스
12세기가 되자 많은 양의 다성음악들이 작곡되었고, 1200년경 노트르담 악파 시대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에는 콘둑투스를 비롯하여 새로운 음악적-시적 형식의 다성적 노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레퍼토리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11세기 말 남부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콘둑투스는 오르가눔과 함께 노트르담 악파 시대의 대표적인 장르로, 12세기 초부터 다성적 형태로 작곡되기 시작하였고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중반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12세기 노트르담 악파가 성행했던 시기와 그 이후 13세기의 필사본에는 수백 곡의 다성 콘둑투스가 수록되어 있다. 다성 콘둑투스는 운율적인 가사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모든 성부가 같은 가사를 노래했다. 가사 내용은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 성인의 순교, 왕이나 주교의 대관식 등을 포함하여 교회력과 관련된 특정 행사, 도덕적 교훈, 풍자, 교회의 부패나 사회악의 비판가지 아주 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가사적 특징 때문에 콘둑투스의 정의를 내리거나 기능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다수의 콘둑투스는 성직자나 학생들이 여가에 즐기는 여흥, 또는 젊은이를 위한 도덕적 가르침을 위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콘둑투스들은 다양한 종교적 의식행위와 연관되어 불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콘둑투스는 성부 간에 거의 음정 대 음정 또는 네우마 대 네우마로 아주 유사한 리듬진행을 함으로써 화음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이러한 방식의 작법을 콘둑투스 양식이라 부르며, 다른 장르의 다성음악에서도 종종 사용되었다. 다성 콘둑투스는 대부분이 기존의 성가 선율을 사용하지 않고 새롭게 작곡한 테노르 선율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콘둑투스는 모든 성부가 완전히 새로 작곡된 최초의 다성음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콘둑투스에 대한 관심 또한 오르가눔과 마찬가지로 13세기 중반부터 점점 사라져갔다. 전례적 오르가눔의 파생물로 시작된 새로운 형식인 모테트가 13세기 후반에는 비전례적 다성음악의 주요 유형이자 거의 유일한 다성음악 형식이 되었으며 이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음악 유형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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