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첸토
14세기 프랑스에서 '아르스 노바'라는 이름의 새로운 음악이 성행하는 동안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하게 중요한 음악적인 발전이 있었다. 이 시기의 이탈리아 음악을 트레첸토 음악이라 부르는데, 트레첸토는 14세기를 의미하는 'mille trecento'를 줄인 말이다. 프랑스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상황이 많이 달랐던 이탈리아는 음악적으로도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나갔다. 당시 프랑스가 왕권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적 힘이 중앙집권화되는 경향이 더욱 커졌으나, 이와는 달리 이탈리아는 여러 개의 도시 국가들과 공화국들로 나뉘어져 있었던 상황이었고 이들은 각자 독립된 주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진보적이라 알려져 있는 볼로냐, 파두아, 모데나, 밀라노 등의 북부 도시 국가들은 동방 무역이 번성함에 따라 탄탄한 경제력을 갖고 있었고 이에 따라 도시문화가 함께 번성하였다. 특히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아테네라는 별ㅊ칭이 있을 정도로 당시 매우 중요한 학문적,문화적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한 도시들에서 음악은 모든 시민계층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당시 남아있는 고문서 보관소에 기록된 경리장부에 따르면 각 도시 국가들이 고용한 연주자들의 급료, 악기, 연주복에 관한 지출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음악이 국가의 적극적인 후원에 따라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레첸토의 대표적인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로 피렌체나 볼로냐, 파두아, 밀라노, 베로나 등의 북부 이탈리아 도시 국가 출신이었다. 당시 보카치오, 지오반니 다 프라토, 단테, 페트라르카, 지오토 디 본도네 등의 위대한 대가가 나타났으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단테의 <신곡>, 지오반니 다 프라토의 <알베르티가의 낙원> 등의 문학 작품과 회화,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위대하게 평가받는 명작들이 탄생하였다. 아르스 노바와 대비되는 단어로 알려진 아르스 안티쿠아라는 명칭으로 알 수 있듯이 14세기 프랑스 다성음악은 오랜 시간 발전한 것의 결과인 것에 비해, 이탈리아의 음악은 필사본에 라우다와 같은 단성음악만이 남아있을 뿐 14세기 이전의 다성음악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단성음악으로부터 트레첸토 다성음악으로까지 어떻게 변천했는지는 여전히 알기 힘들다.
다성 세속노래-마드리갈, 카치아, 발라타
동시대의 프랑스 음악에 비해 트레첸토 음악은 리듬에 대한 강조보다는 선율적 아름다움이나 풍부한 표현력을 중시하였고, 종교적인 음악보다는 다성 세속노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당시의 대표적인 세속음악 형식은 마드리갈, 카치아, 발라타이다. 마드리갈은 이탈리아 최초의 다성음악 형식으로, 14세기 중반 크게 유행하였다. 마드리갈 가사의 구성은 3행으로 된 2-3개의 절과 2행으로 된 리토르넬로이다. 리토르넬로는 반복적인 후렴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절이나 3개의 절이 모두 노래된 뒤에 나오는 종결구의 역할을 한다. 이는 주로 2성부로 구성되며 가사는 전원적,목가적,풍자적,사랑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며 이후에는 도덕적이고 자전적인 내용도 포함되었다. 또한 양 성부 모두 같은 가사를 노래한다. 음악은 각 절에서 반복되는 음악과 리토르넬로를 위한 음악으로 구성된다. 리토르넬로 음악은 다른 박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는 첫 부분과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마드리갈의 음악 형식은 aab 또는 aaab와 같이 나타난다. 단음적 패시지와 다음적 패시지가 전체적으로 교대되어 나타나며 두 성부 간 짧은 모방적 패시지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다음적인 패시지는 대부분 각 시행의 첫 음절과 마지막 강세 음절에서 나타난다. 마지막 강세 음절은 일반적으로 끝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음절이다. 병행 5도나 옥타브와 같은 병행 협화음이 자주 등장하는 것 또한 마드리갈의 특징이다. 상성부는 하성부에 비해 더욱 화려한 경우가 많고, 하성부는 상성부에 비해 느린 음가로 움직인다. 하성부에는 반복음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가사의 음절수에 맞추기 위해서 긴 음가를 짧은 시가의 음으로 나눈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종지는 3도에서 동음으로 움직인다. 카치아는 마드리갈이나 발라타보다 남아있는 음악의 수가 적지만 당시에는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음악형식이다. 전형적인 카치아는 3성부의 다성음악이지만 가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두 상성부뿐이며 성악적 카논을 형성한다. 하성부에 해당되는 테노르는 가사가 없으며 상성부의 카논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선율에 따라 긴 시가로 진행한다. 따라서 기악적 반주 성부를 가진 2성부짜리 카논이라 할 수 있고, 26개의 트레첸토 카치아 중 18개의 카치아가 이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발라타는 프랑스의 발라드와 같이 춤곡에서부터 시작디었다. 트레첸토의 다성 세속노래 중 발라타만이 정형시 형식이라 불릴 수 있는데, 이는 프랑스의 비를레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다. 가사가 여러 개의 절로 되어 있기도 하지만 14세기 한부에 발달한 대부분의 발라타는 1개의 절과 후렴을 가진 AbbaA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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